이메일 파산?

처음 이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로 몇 번의 이메일 관련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받아오던 이메일들을 MS 오피스 아웃룩의 pst 파일로 저장해 두었다가 복구하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던 이후로는 두 군데에 메일을 저장하고 있다. 모두 POP3 계정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연구소 개인 컴퓨터에서는 Thunerbird를 이용하고 있고, 노트북에서는 애플 메일을 쓰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가장 훌륭한 이메일 프로그램에 속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 뿐만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도 별 불편함이 없다. 다만 Thunderbird에서는 Inbox를 계정마다 따로 만들어둔 덕분에 전체 메시지에서 특정 메일을 찾으려면 여러번 검색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이런 불편함은 구글 데스크탑 검색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애플 메일에서는 모든 계정을 하나의 Inbox에 받고 대신 여러 개의 스마트 폴더를 사용해서 관리할 수 있다. 선더버드에서는 규칙을 정해서 메일의 물리적인 위치가 움직이지만 애플 메일에서는 물리적인 위치의 변화 없이 정리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그런데, Markdown을 만들기도 한 John Gruber의 블로그에서 Rethinking Email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 기사는 (어쩌면 인터넷 관련 서비스 중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간단한) 이메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해 주었다. 우선 이메일과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그 절대적인 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하루에 약 50여개 이상의 메일을 받고 있고, 이 중에서 자세히 읽고 답장을 하는 것은 보통 10여개, 나머지 중 절반 정도는 나중에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외의 메일은 거의 단 한 번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보내주는 여러 가지 메일들은 메일 자체에는 특별한 정보가 없이 눈을 끄는 커다란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팸을 제외하고 한 달에 1000개가 넘게 쌓이는 이메일, 이 이메일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면, 이런 이메일들을 단지 메일 프로그램만을 믿고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백업했던 pst 파일을 날려본 경험이 있는터라 언제든 이메일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구글의 지메일은 이에 대해 아주 현명한 해결책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큰 저장공간, 호스팅 서버에 저장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용량 문제로 압박을 받지 않고, 안전한 서버에 보관되며 잘 검색할 수 있다면 문제될게 없다는 뜻. 게다가 지메일에서는 보관(Archive)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굳이 메일을 읽지 않고도 눈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만약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언젠가 검색을 통해서 꺼내보게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번도 읽지 않은채로 영원히 보관만 되어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현명한 백업이다. 이메일은 매우 간단한 프로토콜에 의해 운영되지만, 그 파일 형식 등은 생각보다 꽤 복잡한 상황이다. 주요한 메일 프로그램들끼리 데이터가 호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호환이 된다고 해도 개별 메시지를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을 뿐이므로 수천개의 메일을 다루어야 하는 경우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메일 백업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맥에서라면 MailStewrad라던가 EagleFiler, 혹은 DevonThink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백업 프로그램이든 자체적인 검색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혹은 구글 데스크탑 검색이나 Spotlight와 연동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편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훌륭한 검색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번째는 Inbox Zero라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모든 메일들을 정해진 규칙을 통해 다른 폴더로 이동시키고 Inbox에는 쌓아두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받은지 하루가 지난 메일은 Archive라는 폴더로 옮기는 정도의 필터는 어느 메일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만들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 두면, Inbox에 생기는 문제로 인해 메일을 날리는 사건은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Inbox는 가장 빈번하게 업데이트되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가장 높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모든 메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모든 메일이 답장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메일을 Inbox에 넣어두고 있는 것 보다는 일단 모든 메일을 다른 폴더에 옮겨두고 정말 중요한 것만 처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강력한 검색 기능은 폴더의 구별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으니까. 잘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은 GTD와도 큰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결국, 모든 메일을 보자마자 당장 처리해야 하는 것, 천천히 봐도 되는 것, 안봐도 상관 없는 것 정도로 구분해서 따로 넣어두는 것이다. 이걸 시스템적으로 잘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모든 메일을 다른 폴더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이런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들을 잘 실행하게 된다면 이메일 파산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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