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김씨를 위한 책 이야기

장충동 김씨를 위한 책 이야기 이 책은 올해 읽은 스물 아홉번째 책이다. 2003년에 출판된 이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다가, 인터넷에 있는 이 책에 대한 여러 평들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67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50대 이상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는 이 책의 저자가 PAPER라는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 다닐 때 이 잡지를 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난잡해 보이는 외양과 산만해 보이는 내용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이게 나름대로는 꽤 인기가 있는 잡지였나보다.) 어쨌든 나로서는,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는 정도도 아니고 자신의 독서관을 담은 책을 낸다는 것은 30대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좌파라고 자신있게 말한다던가, 제도권 교육에 대한 공개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것도 최소한 정치면에서는 빛을 보게 된 마르크스, 문화면에서는 서태지의 영향 정도는 받았어야 가능할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책에 대한 소개 글, 작가에 대한 인터뷰 등 여러 종류의 글이 섞여 있지만 지은이의 글솜씨 때문인지 읽는데 있어서 지루하거나 산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새로운 독서의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장석주 씨의 인터뷰 중에 나오는 말인데, 한국에 재밌는 책을 쓰는 작가가 없다는 질문에 대한 장석주의 대답이다.
... 제가 절감하는건 그거에요. 지적 전통이라는 거. 우리 사회가 축적하고 있는 볼륨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사르트르 같은 경우는 벌써 유년 시절부터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방대한 규모의 서재 속에서 자랐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자기가 책 사서 모은 경우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책 한 권 없는 집안에서 자랐어요. 이런 빈약한 두께의 문화에서 오는 절망감이 있죠. 도저히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해요.
지금 좋은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하는 모든 활동들이 내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 아들, 내 손주에게는 더욱더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 깨달았다. 지적 전통. 이걸 일구어내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이것보다 기분좋고 의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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