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님 비판에 대한 비판
최근에 대한민국에서는 ‘이명박-보수-기독교’의 연결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마음이 계속 불편했었다. 이명박-보수 라인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용인하기 어렵지 않은데, 보수-기독교 연결은 스스로를 (보수는 분명히 아닌) 어설픈 진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늘 본 뉴스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내 관심을 끌만했다.
장경동 목사님은 대전 중문교회의 담임목사님인데, 일반 공중파 방송에 여러 번 얼굴을 내밀면서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나름대로의 인지도를 확보한 목사님이다. 미국을 닮아서인지 신학적인 깊이가 얕기 그지없는 한국 교회의 기준으로 보면 꽤 성공한 목사님이지만, 사실 신학적으로는 (열심히 듣고 분석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장 목사님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일부 기독교계 지도자들에 비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동일한 연합뉴스 소스를 기반으로 한 두 기사 제목만 보고도 나는 이 기사들이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어떤 반응을 불러오게 될지에 대해서도 쉽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 봤을 때, 내 예상과 한치의 다름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장경동 목사님은 미국의 한 교회에서 열린 전도집회에서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되는 것이었다”, “스님들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불교를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위에 걸린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을 보면, 주로 ‘역시 너도 똑같은 놈이구나’ 정도의 감정적인 비난 일색이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기독교에까지 투영되어, 아니면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인해 강화되어,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이런 반응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반응에 대해 ‘이성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성이 없는 일인지는 그동안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댓글 논쟁 속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추가... MP4/13님의 댓글을 보고 추가합니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는 말은 역사적 이해의 부족에서 온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쓴 저뿐 아니라 발언의 주인공인 장 목사님도 비판받을만 하다고 생각하며, 기독교인들이 좀더 깊이있는 역사 의식과 신학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이전에 썼던 김홍도 목사님 설교에 대한 비판글, Again 1907? 이라는 제목의 글 등에 제 생각이 어느 정도 나타나 있으니 참고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나는 먼저 이 발언의 대상이 일반인이 아닌 교인들이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 발언을 누가 불교 조계종 총무원에 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말은 대상과 시기,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거두절미하고 발췌해서 폄하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이다.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스님들도 예수를 믿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 어떤 억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인지, 이 발언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스님들은 그냥 불교 믿어야 한다”라고 설교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동일한 논리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통해 기독교의 근간을 비판한 도킨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사상을 위해 다른 종교인들을 이해하지 않고 싸잡아 매도한 나쁜놈이라고 비판한다면 어떻게 대꾸할 수 있을까? 전도집회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한 발언을 이렇게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픈 일일뿐만 아니라, ‘그럼 그렇지. 너도 똑같은 놈이야’라고 마음대로 써갈길 수 있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많은 부분에서 나와 동일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때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 발언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유인촌 장관의 반응이다. (무려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반응을 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자신의 세상이 되었으니, 누구의 어떤 발언이건간에 자신이 감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이 사건이 보수-기독교 연합을 향한 중대한 도전이 될거라고 생각했던걸까? 그렇다면 그의 사고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전부터 심히 의심스럽기는 했다) 가능하면 논쟁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기사는 너무나 수준 이하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여 한 마디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뭔가를 써 보려고 했지만, 워낙 논리적이지 않은 대상을 비판하다보니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대충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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