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테타 세력이 배우게 될 것

일론 머스크가 젊은 엔지니어들을 동원해서 미국 재무부의 시스템에 들어간 것은 성공하는 쿠데타라는 글에서 밝히 말하고 있듯이 새로운 형태의 쿠테타이다. (잘해봐야) 포퓰리스트인, 아니면 파시스트일 수 있는 정치인과 재벌이 결합해서, 이전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일들을 해치워버리고, 하나의 잘못은 열 개의 다른 잘못으로 덮어버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를 통한 최종 결정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법적으로 이견이 없는 방식으로 잘잘못을 가리게 될 쯤에는 이미 그 행위의 목표는 달성된 뒤이다. 결국 사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고는 해도 빠른 집행과 느린 판단의 격차만큼 그 견제의 효과는 줄어든다.

대한민국의 쿠테타 세력은 군을 동원하는 전통적인 쿠테타 방법을 사용했고, 달라진 시민의식과 변해버린 사회에 맞지 않았던 이 방법은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방식으로’ 그리고 ‘들여다볼수록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는 여러 요소의 결합으로 겨우’ 실패했다.

미국에서 실험하고 있는 전통적인 민주주의 제도의 파괴 시도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삼권분립을 통해 작동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헛점을 여지없이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거의) 모든 일을 해치워버릴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행정 권력의 속도와 입법부 및 사법부의 속도 사이의 차이가 이 시스템의 약점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쿠테타는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서 그 장소를 지켜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12.3 내란 사태 때 일부 군인들은 한국은행으로 달려갔다. 내란수괴가 (일론 머스크 같은) 디지털의 대가와 손을 잡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한국은행에 가는게 아니라 그 서버를 장악했을 것이다. 아니 국회의 시스템을 장악하고 전자 투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선관위에 가서 서버를 들고 오려고 했다는 그 무식함이 대한민국을 살린 것이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결합되어서, 한 행위의 결과가 무한한 파급력을 보일 수 있는 시대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경험했다) 쿠테타는 이제 멍청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가가 정치권을 포함한 이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행정 입법 사법의 속도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속도의 차이를 좁힐 수 없다면 어떻게 권력을 나누어야 견제가 가능해질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본질적인 질문이 너무 중요해 보이지만, 기술의 발전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군중으로 만드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약간은 우울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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