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예수

올해 일곱번째로 읽은 책은 나를 미치게 하는 예수 라는 책이다. 이 책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 말이 실려 있다.
... '거기', '모두', '함께', '있다'라는 네 가지 핵심 단어를 통해 성육신 제자도와 관계 제자도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본서는 재기발랄하면서도 도전과 감동이 가득 찬 보고와 같다.
나로서는 도전과 감동이라는 면에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재기발랄 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단지 165페이지의 본문을 가진 책에서 말할 수 있는 분량의 내용이 아닐뿐더러, 재기발랄 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신앙의 측면이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닐 수 있지만, 최소한 이 책의 주제만큼은 절대 가벼운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NUTS(Never Underestimate The Spirit)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령의 역사라는 것은 그야말로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바람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의 중심 의미이기도 한 NUTS를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의 핵심 단어인 '거기' '있으라'와 '모두와' 함께' 를 모두 설명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NUTS의 지혜를 알아야만 하기 때문에, 어쩌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NUTS라는 말에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저자가 강조하는 "미쳤다"라는 말 속에는 끊임없이 도전받아온 기독교의 원초적인 힘 을 회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열망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끊임없이 주류 속에 편입되려는 유혹과 싸워야 했으며, 끊임없이 그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그 힘을 잃어갔다. '정상'이 아닐 때는 핍박을 받고 어려움을 당하지만 그 속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하고, 그런 생명력으로 핍박을 이겨내고 '정상'이 되는 순간 그 생명력을 잃어간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성장을 멈추고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한 한국 교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인 예수님의 이미지와 실제 역사적 예수님 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 사도 바울에 의해 정립된 예수 그리스도의 신학적인 의미가 파닥파닥 튀어오르는 날 것 같은 역사적 예수님의 모습을 약화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독교계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진 예수와 함께 의 경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성령에 의해 사는 사람들의 체험 , 그리고 그로 인한 역동성 역시 과소평가될 수 있다. 무언가를 분석하려고 멈춰서는 순간 멈춰선 효과 때문에 분석이 달라지는 순환의 고리 속에 신앙의 의미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