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희망
부흥전도가 대대적으로 일어나서 각처 교회에 영화(靈火)가 붙었다는 일이 반드시 조선에 희망을 초래하는 일이 아니었던 것도 과거에 경험한 바이요, 사회 전반이 기독교적으로 변하여 상고(商賈)까지도 예수쟁이 행세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이 되는 일도 조선에 희망을 약속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은 서북지방에서 벌써 시험제(試驗濟)가 된 일이었다. 그 밖에 신학을 지원하는 청년이 많음이라든지 독립 전도의 비장한 결심으로써 구령(求靈) 사업에 진출하는 이를 보았으니 조선에 희망이 있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종류의 일로써 희망이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신학이나 전도에만 거룩함이 있고 갱생의 희망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다. 양돈과 양계에라도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를 헤아리며 산란의 일자와 계보의 정부(正否)를 속이지 말면서 성전(聖前)에서 행하는 일이면 다 거룩한 일이요, 희망이 전족(全族)에게 임하는 대사업이다. 우리의 희망은 그대한 사업 성취나 혹은 신령한 사업 헌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인물의 출현에 있다. 그가 아무 사업도 성취한 것 없이 그리스도와 같은 참패(慘敗)로써 세상을 마친다 할지라도 참의미에서 하나님을 믿고 그와 함께 걷고 함께 생각하며 함께 노역하는 자면 우리의 희망은 전혀 그에게 달렸다.
- 김교신, ‘조선의 희망’ (1937년 3월)
평양대부흥이 일어나고 30년후에 김교신 선생이 내린 평가가 이렇다면, 2007년에 부흥을 갈망하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진실한 인물의 출현에 희망이 있다? 아무 것도 성취한 것이 없이 그리스도와 같은 참패로 세상을 마친다 할지라도 그에게 희망이 있다? 바로 그거다. 우리 민족의 희망은 그야말로 진실하게 하나님을 믿고 그와 함께 생각하고 걸어가며, 모든 일을 주님께 하듯이 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를 헤아리며,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하는 일이라면 모두가 거룩한 일이고 희망이 있는 일이다. 이 민족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왜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으로부터 그렇게 비난받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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