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4일간의 예비군 훈련. 일년에 서른 여섯시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이번 4일동안 서른 시간을 받았다고 해도 앞으로 여섯 시간이 더 남은 셈이다. 어제는 태풍 속의 고요였는지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해야 할 훈련을 다 했다. 훈련 하는거야 별거 아니지만 쓸데없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다. 집에 와 보니 오른쪽 목덜미만 빨갛게 익어 있었다.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많이 와서 실내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육이라고 하지만,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그다지 의욕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일이다. 그저 어떻게든 시간이나 빨리 가면 그만일 뿐. 나도 나름대로는 좀 들어볼 생각이 없었던건 아닌데, 들어봐야 뭐 별로 도움이 될만한 것도 없는터라... 어쨌든 4일동안 머리를 깨끗하게 비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는 하다.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것이 4일 지난다고 해서 말끔하게 해결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이것저것 과부하 걸려 있던 머리를 잠시 비워낸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내가 깊이있게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기독교와 군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독교 정신과 군대는 어울리지 않는다. 기독교가 군대라고 하는 조직과 너무나 잘 어울려 있다는 것이 내게는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진다. 언제 한 번 군대에 대한 기독교적 생각에 대해 정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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