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모바일 블로거 간담회 후기

다음 모바일블로거 간담회를 다녀왔다. 나는 원래 자신을 블로거라는 호칭으로 부르는데 익숙하지 않을뿐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블로거 간담회에 참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최근에 아이팟 터치를 구입하고 나서 ‘아이폰 발매에 맞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 다음’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덜컥 참석 신청을 했다. 운좋게도 선착순 40명 안에 들 수 있었고. 연세대학교에서 강남 뱅뱅사거리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퇴근시간인지라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는 없어보였다. 전철을 탈까 아니면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조금 일찍 나가서 버스를 타면 그래봐야 한 시간 정도 걸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타야 할 470번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봤고, 정류장에서 약 1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아니나다를까 버스는 꽉 막히는 교통 체증 속에서 고생을 했고 7시 15분이 되어서야 뱅뱅사거리에서 내릴 수 있었다. 원래 시작을 7시면 한다고 했기 때문에 지각을 한 셈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크게 선방을 한 셈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다음 본사 3층에 있는 회의실로 올라갔다. 역시 지각을 하다보니 자리가 없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제서야 식사거리를 가지고 들어간 나는, 이제 시작하겠다는 7시 38분의 멘트를 들었을 때까지도 식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식사 메뉴와 각종 음료수, 과자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역시 돈 많은 코스닥 상장업체(!)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정도의 투자를 해서 발표하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더욱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사실 발표 내용에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미 블로그 기사들을 통해서 봐 온 내용들이었고, 여러 종류의 기사들에서 봐오던 분석과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모바일 서비스의 중심은 지도 서비스가 될거라는 말, 그리고 다음이 아이폰을 비롯해서 윈도 모바일이나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고, 지도 서비스 및 TV팟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 포털들의 지도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뉴스는 여러번 들은 적이 있었고, 구글에 비해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하고 스트리트뷰까지 제공한다는 다음의 지도에 대해서도 이미 들은 바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새로운 것은 없었다. 게다가 나는 다음의 지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도 그림을 새로 그려서 가독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도리어 다음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통사와의 관계, 데이터 요금에 대한 문제, 모바일 시장에 대한 전망 같은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다. 이통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열세일 수 밖에 없는 포털의 고민을 알 수 있었고, 구글이 700MHz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 그리고 구글이 샌프란시스코 전역에 무료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게 된 사실의 배경에도 유사한 고민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개인화된 광고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포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망 비의존적인 서비스를 하고 싶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에 있어서 포털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결국 모바일에서는 개별 어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았다. 다음이라는 포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에 대해 다음 내부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다음이 가지고 있던 강점은 메일 서비스, 그리고 카페 서비스였다. 그런 강점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네이버에게 맥없이 최고 포털 자리를 내준 이후, 최근에는 네이버와 대비되는 이미지 (예컨대, 네이버의 보수적인 이미지에 대응하는 다음 아고라의 진보성, 네이버의 폐쇄적인 이미지에 대응하는 구글 등과의 적극적인 제휴 등)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이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지 의문인 상황에서 네이버 역시 느리지만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오는 것을 볼 때, 포털로서 다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모바일 서비스가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모바일의 핵심은 역시 소통에 있다. 모바일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은 단연 SMS고 이 문자 서비스만큼 가치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당분간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메일과 카페라는 전통적인 다음의 강력한 무기를 모바일에서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대와 20대가 사용하는 문자 서비스를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메일과 카페 서비스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다. 하루에 100개가 넘는 문자를 주고 받는 젊은 세대에게는 메신저와 같은 빠른 대화를 가능하게 해 주는, 그러면서 일대일이 아닌 다수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그리고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지 않고 인터넷 연결만으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웹 기반의 서비스가 된다면 그게 바로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의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메일이고,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경우에는 트위터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한 달에 몇 만원의 문자 요금을 아까와하지 않는 소비자들이라면 무제한 데이터플랜에 가입해서 이런 서비스를 쓰는 것을 아까와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의 방해 공작을 뛰어넘어야 하고,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아예 바꾸어버려야 하는 만큼 절대 쉬운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제로보드에서조차 쪽지 서비스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통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문자 요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큰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신 무제한 데이터 플랜을 많이 팔게 된다면 크게 손해보는 일이 아닐 것도 같은데 말이다. 싸이월드 아이템을 서슴없이 살 수 있는 사용자에게 “예쁜 폰트로 메시지 보내기” 같은 아이템을 판다면 팔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뭐 내가 이런 방면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먹은 밥 값 정도는 해 주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어떤 블로그 포스팅보다도) 긴 글을 적어본다. 덧붙이는 말) 다음에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몇 가지 아이템을 줬다. 그 중에서 8기가짜리 플래시 메모리가 있었다. 최근에 기가급의 플래시 메모리를 몇 개 공짜로 얻게 되면서,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터리를 직렬로 연결하듯이 플래시 메모리를 연결해 붙이면 큰 용량으로 쓸 수 있는 그런 디바이스 말이다. 그런게 있다면 지금 여기 저기 굴러다니고 있는 메모리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예를 들어 USB 허브처럼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단자가 4개 정도 있고, 여기에 플래시 메모리를 꽂으면 전체가 하나의 큰 드라이브로 인식되게 하는거다. 이왕이면 RAID도 지원하고.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런 디바이스 가격이 꽤 될거 같고 그러면 안 팔릴거 같아서 좀 우습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