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해 (2) - 책 고르기
책 고르기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좋은 책을 고르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책은 어떤 책이고, 그런 좋은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이 다 그렇듯이 하나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답이 제시될 수 밖에 없다.
좋은 책이란
사실 좋은 책을 정의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 책'을 정의하는 것이 훨씬 쉽다. 좋은 책보다는 좋지 않은 책이 훨씬 더 많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좋지 않은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재미없는 책 재미없는 책은 좋지 않다. 왜냐면 다 읽기가 힘드니까. 아무리 책이 좋아도 내가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있는 책이 다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 될 가능성이 많겠지. 재미없는 책은 읽힐 가능성이 별로 없다.
거짓말 하는 책 대놓고 거질말을 하는 책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많은 책들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책도 있다. 이런 책은 두 번 읽고 싶지 않은 부류의 책이다.
윽박지르는 책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 독자를 윽박지르는 책들이 있다. 보통은 한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쓴 책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만 할 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창조적 글 읽기의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사실, 이 경우는 저자의 책임도 있지만 독자의 책임 역시 크다고 볼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을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는 독자의 지적 수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이런 느낌을 받기 쉽다. 어쨌든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겸손하고 여유있게 글을 써야 한다. (나는 그렇게 못쓰지만. 그래서 책을 못 내고 있다. 쩝...)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재미있으면서 진실된, 그리고 겸손한 책이다.
실용적인 기준
그런데 문제는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읽어보기 전에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기준.
-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적은 책은 피한다.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적은 책이라... 내가 보기에 짧은 글을 쓰는 것은 긴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시를 쓰는 것이 산문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렵듯이 말이다. 짧은 글을 읽고 감동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만큼 짧은 이야기에 깊이있는 진실을 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짧으면서 좋은 책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아주 일반적으로 보면 짧은 책들은 별 내용이 없는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포장해 두기만 한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피한다. 짧은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 요즘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매체 노출 빈도를 높여서 책의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유명인들의 이름을 넣은 것은 더욱 이런 베스트셀러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읽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 말하자면 스테디셀러와는 반대되는 개념이겠지. 물론, 이렇게 짧은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에도 좋은 책들이 있다. 최근에 이른바 베스트셀러들을 좀 읽으면서 그 중에서도 좋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사는 책이 좋은 책일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잠언류의 책은 피한다. 잠언류의 책이라면 '삶을 이렇게 살아라' 식의 충고로 가득찬 책을 말한다. 이런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잠언, 그리고 전도서만으로도 충분하다. 해아래 새 것이 없나니...
생존한 인물의 자서전은 피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책을 피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를 통해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번에 읽었던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같은 경우에는 꽤나 많은 것을 얻게 된 근래 드물게 읽은 좋은 책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있는 한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거고, 한 인물에 대한 평가라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후에 많은 관련 자료들이 발견되고,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난 다음이라면 더욱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겠지만, 보통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사람이 말을 하는 것과 삶을 그렇게 사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책을 읽고 감동했다가 나중에 다시 큰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생존한 인물의 자서전은 읽지 않는다.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고 해도, 결국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결론
책을 고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소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면, 많은 연습을 통해 점점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서, 가능한 한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의 경험과 일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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